본문 바로가기

잡담

[서평] 게으름에 대한 고찰

이 글은 《진짜 게으른 사람이 쓴 게으름 탈출법》(2020, 지이)에 대한 서평입니다.

 게임을 개발하겠다며 직장을 뛰쳐나간지 2년이 흘렀다. 정말 부끄럽지만 결국 이렇다한 결과물도 수익도 내지 못한 상태로 시간을 흘려보내면서 경제력도 자존감도 바닥을 친 2022년이었다. 그 원인은 매우 부끄럽지만 게으름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었다. 2023년을 새로 맞이하면서 이제는 스스로를 탈피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어 2022년 12월 31일에는 《역행자》(2022, 자청)라는 자기계발서를 읽어보았고 2023년 1월 1일 오늘은 《진짜 게으른 사람이 쓴 게으름 탈출법》을 읽게 되었다.

 두 책 모두 지혜를 얻을 수 있었고 지금 블로그에 글을 남기는 이유는 《역행자》의 동기부여가 어느 정도 있었다. 하지만 《역행자》는 근시안에 빠진 여느 자기계발서와 다를 바 없고 별로라고 생각되어 길게 서평을 남기진 않을 것이다. 궁금한 사람을 위해 역행자에서 건질만한 내용을 추리자면 "책을 읽고 글을 써라.", "S급 재능이 없다면 B급을 합쳐 S급을 이겨라" 정도이고 나머지는 거의 자기 홍보를 위한 광고지 수준이다. 이 외 내용에 기대하는 것이 있다면 차라리 이 책에서 추천하는 다른 책을 읽는 것을 추천한다.

 그러나 《진짜 게으른 사람이 쓴 게으름 탈출법》에서는 인생의 보물을 찾은 것과 같은 놀라운 발견이 있어 서평을 남겨보고자 한다.

 대부분의 자기계발서는 인생을 잘 살 수 있는 공식과 기술적 방법을 알려주는 것에 치중해 있으며, "내가 왜 이런 인생을 살고 있을까?"에 대한 진솔한 고찰이나 통찰이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대부분이 자신이 밑바닥부터 시작해서 성공했다는 되게 그럴 듯한 말과 함께 당신도 할 수 있다는 논리로 전개된다. 그러나 책을 막상 책을 열어보면 별로 공감하기 어려운 삶들이 많다. 자신이 밑바닥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공개한 과거는 어딘가 공감하기는 어려운 평범하지 않은 독특한 삶이거나 서양에서 쓰여서 문화적 차이 때문에 공감하기 어렵다. 또는 절대적으로는 그렇게 바닥은 아닌데도 자신이 느끼는 상대적 바닥의 삶을 이야기하는 경우도 많다. 중산층이 자신을 서민이라고 생각하면서 '진짜' 가난한 사람들이 어떤 곳에서 어떤 것을 먹고 어떻게 사는지 모르는 것과 같거나 나도 그랬다고 가난마저 훔치는 그런 느낌이다. 아니면 인싸가 아싸의 삶을 패션 아싸로 위장하여 훔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또한 자기계발서는 으레 자기의 성공을 과시하는데에 치중한 경우가 많다. 그런 책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화려한 성공 뒤에 감춰진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는 느낌이 들곤 한다. 심한 경우는 어떤 자기 계발서는 자기가 파는 상품이나 서비스 또는 사이비 종교의 광고 덩어리인 경우도 있다. 또는 '내가 옳으니 까 딱 한 번만 믿고 내말대로 해봐. 내 말이 진리야. 이렇게 쉬운 걸 왜 안해?'라고 윽박지르는 책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런 책들을 읽는 사람들 중에서는 나처럼 위로가 필요하고, 마음을 움직일 진정 어린 한 구절이 필요한 사람도 있다. 그런면에서 이 책은 지극히 평범한 나와 같은 사람의 이야기였고, 그래서 와닿았고 큰 위안이 될 수 있었다.

 

 반면에 《진짜 게으른 사람이 쓴 게으름 탈출법》은 게으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이렇게 살아보거나 살고 있을 것 같은 정말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 진솔하게 담아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저자가 어렸을 때 학습지를 답만 배껴서 요령껏 내왔다던지, 아르바이트를 할 때 행주 짜는 법을 배웠다든지, 밤새 스마트폰을 보면서 망가진 생활 패턴, 대학 때 오전 수업을 자체 휴강해 보았다든지 이런 것들을 들어보면 스스로 겪어 보거나 진짜 주변에서 본 적 있는 어수룩한 모습이었다. 어쩌면 이런 모습을 공개하는 것이 부끄러울 수 있었는데 솔직하게 자신의 부족한 점을 털어낸 것에서부터 마음이 녹아 내렸다. 이 글에는 '나는 지금 성공했다.' 혹은 '당신도 이렇게하면 나처럼 될 수 있다.' 이런 내용이 없다. 이런 사람들의 글에서는 '난 성공에 대해 겸손하다.' 라고 주장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겸손함이 있다. 그리고 저자도 여전히 때로는 게으름으로 하루를 망치는 일이 있을 때도 있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이렇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이유는 실패하더라도 다시 부지런한 삶으로 돌아갈 수 있는 탄력성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이 게으름에 대한 게으름에 대한 인식의 패러다임의 변화이다.

 게으름에 대한 고민은 항상 있어왔다. 그래서 게으름이라는 것을 어떻게 이겨 낼 지 여러 책을 읽어봤지만 결정적인 도움이 되기 보단 약간의 도구를 얻는 게 전부였다. 예컨대, 《습관의 재발견》(2014,스티븐 기즈)를 보고 아주 작은 일을 하는 것으로 습관을 만드는 것 방법을 배웠고 이 책을 읽기 전까지도 활용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어떤 인식의 변화를 주기는 어려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게으름이라는 본질을 정확하게 간파하였다.

그렇다면 게으름은 왜 오는 것일까? 여태까지 나는 게으름에 대한 원인을 아래 4가지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1. 게으름은 타고 난다. 혹은 인간의 죄악된 본성이다.

2. 환경의 변화나 동기부여가 되어야만 게으르지 않게 된다.

3. 정신과적인 병이나 신체적인 병으로 인해 게으르고 무기력한 것이므로 치료가 필요하다.

4. 게으른 것은 습관이다.

이 4가지가 틀리다는 것은 아니다.

3번의 경우 정말 우울증이 심하여 무기력증이 오거나 몸에 이상이 있어 게을러질 수 있고 이럴 땐 전문의와의 상의가 필요하다. 

1번의 경우도 맞는 말이다. 부지런한 사람에게도 게으름은 언제든 찾아온다. 나처럼 잔머리 굴리기 좋아하고 천성부터 게으른 사람도 있다. 그리고 게으른 사람의 특징은 자신의 게으름을 감추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스스로를 더 옭아매어 자책하게 만들거나 아예 자신마저 속이는 리플리 증후군까지 오기도 한다. 책에서 말한 것과 같이 휴식과 게으름은 꼭 분리하여 봐야하고 휴식은 필요하지만 게으름으로 넘어가는 순간 죄악의 단계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너무 자신을 부정적으로 깎아 내리기만 해서는 발전하기가 어렵고, 자기를 태생이 그렇다고 규정하기만 한다면 변화할 수 없는 것이 되어버리고 만다.

2번의 경우는 너무 극단적인 해법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본성은 길들일 수 없다는 1번의 시각에서 탄생한 원인이다. 혹자는 자신을 바꾸기 위해서는 행동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자신을 내몰아야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물론 일부분 맞다. 그렇게 몰아친다면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1번의 관점에서 볼 때 이 주장은 상당히 위험한 것이다. 평생 싸워야할 숙적을 혹독한 환경의 힘을 빌어 해결한다면 평화로운 환경이 되었을 때 다시 빠져들 수 밖에 없고 계속 자신을 사지로 내몰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삶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나랑은 전혀 맞지 않았다. 게다가 그런 상황이 몰았다가 실패하여 진짜 사기를 치게 되거나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사람들도 더러 봐왔다. 이때 다시 일어서기란 정말 어려울 것이다. 이렇게 큰 리스크를 지는 방식보다는 좀 더 현실적이고 안정적인 방법이 필요했다.

4번의 경우는 알고 있더라도 습관을 고치는 것은 너무나 막막한 일이다. 알면서도 못 고치는 것이 습관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인지를 다루거나 여러 고급 스킬을 알려주는 서적을 읽고 실천하면서 습관을 고쳐나가려고 시도했던 적도 수 없이 많다. 하지만 빈번히 실패를 반복해왔기 때문에 거의 자포자기 상태였다.

이 책에서 제시한 게으름의 원인은 다음 5번과 같고, 이는 작은 것부터 시작하여 실패를 거듭해가며 성장 시킬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5. 어릴 때 회피해 오면서 길러지지 못한 초보자 수준에 머물러 있는 의지력과 절제력.

 이로부터 발견한 게으름에 대한 통찰은 바로 게으름을 대하는 고정 마인드셋에서 성장 마인드셋으로의 변화이다. 마인드 셋이라는 용어는 《스탠포드 수학공부법》(2017, 조볼러)의 책에서 처음 만났다.  고정 마인드셋이란 지금하지 못하는 것을 나중에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굳은 사고방식이다. 어떤 재능이 있을 때 그것은 타고나는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하여 자신은 그것이 없어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잘 생각해보면 어떤 묘책으로 순식간에 나를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믿는 것도 고정 마인드셋이다. 외력에 의해서 자신이 결정된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고, 스스로 성장 하는 것에 대한 시야와 믿음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매우 크다. 실패하면 나는 안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반면 성장 마인드셋은 새싹이 자라 나무가 될 수 있다고 믿 듯 어떤 능력을 서서히 스스로 키워갈 수 있다는 믿음이다. 그래서 실패하더라도 나는 아직 배우는 과정이니까 생각하면서 툭툭 털고 일어나 다시 갈 수 있다. 어린이가 어른이 되는 것처럼 자라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부부은 종교적 관점입니다. (성경적 세계관인 창조-타락-구속의 안경으로 보자면 인간은 성실하게 창조 되었으나, 타락하여 게으른 죄성을 가지게 되었고, 구속된 인간은 성화의 과정을 통해 게으른 존재에서 성실한 존재로 천천히 교육될 수 있다. 라는 관점으로 정리 될 수 있다.)

 저자는 게으름이라는 것은 결심만 서면 바뀔 수 있는 스위치가 아니라 어릴 때부터 꾸준히 단련해야하는 의지와 절제력이 필요한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너무 당연하고 건조하다고?'  저자가 솔직하게 고백한 서사 속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깨달음이기 때문에 여기서는 이 글에서는 와닿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 가장 충격적인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이 말을 듣는 순간 이전에 읽었던 수많은 자기계발서들이 말했던 '작은 습관을 만들어야한다. 작은 것부터 시작해야한다.' 라는 말이 스쳐지나가면서 머리를 탁 칠 수 밖에 없었다. 단순히 작심삼일을 수백번 반복하면 된다. 이정도 수준의 문구나 방법론으로는 깨닫기 어려운 관점이 담겨있었다. 운동이나 게임으로 비유한 것이 잘 와닿았는데 의지력과 절제력이 초보에 불구한데 게으름이라는 몬스터 중 매우 강력한 보스급하고만 맞붙으려하고만 해왔다는 것이다.

 

 이제서야 나와 제대로 직면 할 수 있었다. 그럼 나는 원래 게으른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을까? 아니다. 인정했지만 잘못된 방식으로 인정했다. 초보자이면서 초보자에 맞는 훈련은 회피해왔고, 이 과정을 거쳐 단련된 사람과 대등한 위치에 놓고 자기비하만을 해왔던 것이다. 성공한 사람만 바라보면서 왜 나는 저러지 못할까 생각하며 '나는 원래 게을러서 글러먹은 사람이야. 난 바뀔 수 없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나를 게으름을 이기는 데 초보니까 고수가 될 때까지 쉬운 것부터 서서히 해보자.'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책의 또다른 좋은 점은 초보자 입문서로서 진짜 게으른 사람에게는 현실적인 방법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이 매우 교육학적이다. 책 안에서 제시하는 것들은 매우 쉬운 것들이었고 초짜들도 성취감을 얻기 좋은 것들을 잘 제시해 주었다. 수학으로 치면 교과서의 예제문제와 같이 쉽다. 하지만 이런 것들로 시작하여 반복하여 틀리고 고치고 하는 연습하다 보면 언젠가 고난도 문제도 푸는 실력이 되듯 게으름을 이겨낼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천리 길도 한걸음부터, 올해는 느리더라도 내 페이스에 책에서 제시한 몇 가지 방법들을 나의 상황에 맞춰 의지와 절제력을 키워보고자한다. 그래서 게으름을 이기고 작더라도 열매를 맺는 2023년을 보내고 싶다.

 

추신. 혹여라도 책을 읽어보고자 한다면 마지막으로 책 말미의 저자의 아버지의 솔직 담백한 추천사까지 꼭 읽어보라고 하고 싶다.

'잡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에너지 혁명에 대한 개인적 예견  (0) 2022.01.24
나름대로 정리해 본 공부 유형  (1) 2021.11.24